유럽·日도 양적완화 축소 고심…신흥국 '긴축발작' 우려
美 2019년 3% 목표…점차적으로 인상 계획
중국등 25개 신흥국에 글로벌 금융위기후 5년간 7000조원 유입
지난주 美채권펀드에 100억달러 대거 몰려

◆ 美 금리인상 임박 ◆
미국의 올해 두 번째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3월에 이어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게 확실시되며, 올 연말까지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올해 3회 인상에 이어 내년과 후년에도 각각 세 차례씩 금리를 올려 2019년 말에는 3% 기준금리에 도달하겠다는 금리 인상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미국의 본격적인 통화 긴축 기조는 세계 각국에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강요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 차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 유럽, 일본, 아시아 국가들도 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금리 차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의 동시다발적인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불거지면 또 다른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긴축발작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를 시사하자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태를 말한다. 당시 신흥시장에서 40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토비어스 에이드리언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글로벌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에 부정적 충격을 던질 수 있다는 걸 목격했다"며 "적잖은 신흥국 기업들은 여전히 취약하고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근거로 작용하는 미국 고용지표는 완전고용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미 5월 실업률은 4.3%로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는 9일(현지시간) 또다시 장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물가는 4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1.5% 오르는 데 그쳐 연준 목표치에 미달했지만 완전고용과 경제성장에 따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에 따라 연준 고위 인사들의 최근 발언은 올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의 물가 부진이 금리 전망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언급했고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올릴 뿐 아니라 올해 안에 또 한 번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6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6월 이후 금리 인상 시기에 모아지고 있다. 당초 9월 인상론이 주목을 끌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여파로 정국이 흔들리자 9월 인상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도 9월보다는 12월 인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아직까지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지난 8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시장이 예상하는 양적완화 축소 개시에 일단 선을 그었지만 '금리를 현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표현해온 문장 중 '더 낮은 수준'이라는 문구를 빼 통화 확대에서 긴축으로 선회하기 직전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일본도 조만간 돈줄 조이기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 "BOJ는 통화 완화 정책을 순조롭게 되돌리는 데 충분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구로다 총재가 경기 부양 중심의 통화정책을 접고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 채권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주 98억6000만달러에 달해 2015년 2월 이후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미 투자등급 회사채로는 지난주 49억달러가 흘러 들어왔다.
월가 금융기관의 한 인사는 "연준의 거듭된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건전하다는 시그널"이라며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으면서 적절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미 회사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연준은 올 연말께 4조5000억달러(약 5000조원)에 달하는 보유 자산 감축을 개시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금리 인상에 이어 양적 긴축을 본격화하면 글로벌 유동성 장세의 마감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 풍부한 유동성에 취해 상승세를 거듭했던 주식·부동산 시장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감이 월가 일각에서 표출되고 있다.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390006